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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323] 러닝, 마그네슘, 매운우동, 수영

montmer27 2026. 3. 23. 23:14

# 러닝

3/21 토

날씨가 유난히 좋았다. 마침 마음만 먹었던 종합운동장 10km 러닝을 오늘 해봐야겠다고 다짐했다.

무슨 자신감이었을까, 5km 러닝은 자주 해 봤으니 그 두 배인 10km는 이틀치에 불과하다는 단순 계산이었을까? 마침 사흘 전 수요일, 5km 야간 러닝을 뛰었던 탓에 다리가 마침 근질근질하던 참이었다. 

'이번 기회에 이 지긋지긋한 뱃살과 영원히 이별하자'는 심산이기도 했다.

처음 계획은 우리 집에서 종합운동장까지 워밍업 겸 러닝을 하고, 운동장 트랙만 10km를 달릴 참이었다.

그런데 운동장이...가도 가도 나오질 않았다..분명히 그렇게 먼 곳은 아니었는데... 페이스 확인용으로 켜놨던 Nike Run을 보고 나서야 우리 집에서 운동장까지가 3km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 합쳐서 10km만 뛰면 되는거야

그렇게 3km를 기합차게 지웠더니, 7km는 정말 우스워 보이는 것이었다. 페이스를 유지하며 운동장으로 뜀박질해 들어갔다. 사람은 없었고, 드넓은 하늘과 따스한 햇살, 그리고 나뿐이었다.

보통 이런 트랙은 한 바퀴에 400m 정도다. 이래봬도(?) 중학교 시절 학교 대표로 계주를 2차례나 출전한 경력이 있는 나는 비록 13년도 더 된 일이지만 알 수 있는 것이었다. 7km는 18바퀴도 채 안 되는 거리다. 기합차게 함성 한 번 질러주고 러닝을 시작했다.

죽을 것 같다!

3바퀴를 돌파했을 때 든 생각이다. 너무 페이스가 빨랐나? 아니, 평소 달리던 페이스보다 느리면 느렸지 결코 빠르진 않았다. 

문득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태양이 온몸비틀기로 햇볕을 내리쫴고 있었다.

눈이 부셨다. 덥다 못해 뜨거웠다.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여기서 멈추면 여기까지 온 보람이 없었다. 한 바퀴를 도는 데 걸리는 2분여의 시간이 영겁과도 같았다. 4-5바퀴만 뛰면 10km가 끝나 있을 것만 같았다. 나 자신을 끊임없이 다독였다.

땀과 선크림, 그리고 먼지가 범벅이 된 채 러닝을 마쳤다. 10km. 5km보다 3배 정도 더 힘들었지만 결국 해내고야 말았다.

스스로가 자랑스러워서 셀카를 찍었지만 젊은 시절처럼 멋지지가 않아서 그만두었다.

 

매운우동

러닝을 마친 뒤, 집에 들어가서 샤워를 마치고 짐을 챙겼다. 오늘은 밖에서 공부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시청앞 투썸에서 노트북을 펴놓고 강의를 듣는데, 계속 머리가 팽팽 돌고 눈이 감겼다. 필시 러닝 때문이다는 생각이 들어 약국으로 향했다.

러닝 하기 전엔 아르기닌, 러닝 하고 나선 마그네슘이 좋단다. 그래서 액상 한 포 (3천원씩이나함) 알약 한 박스 사서 먹었더니 와우@@@@이거 완전 회복포션이 따로없다.

거짓말처럼 어지럼증과 졸음이 가시고 컨디션도 회복이 됐다.

하지만 그렇다고 재미 없는 강의가 재미있어지진 않았으므로, 얼마간 들으며 메모를 하다가 배가 고파져서 나왔다.

뭘 먹어야 잘 먹었다고 소문이 날까? 그때 먹었던 매운우동이 생각났다!

나는 매운우동에 쑥갓을 많이 넣어 먹는 걸 좋아한다. 어느 정도냐면 다음과 같다.

우동임

쑥탕 아니냐는 그런 나쁜말은 ㄴㄴ 왜냐면 진짜 맛있으니깐.

지금 일기 쓰면서도 생각난다. 혼자 곱빼기 먹었는데 1만원밖에 안나왔다. 다음엔 왕돈까스 시켜야지.

 

# 수영

3/23일

아침엔 수영을 다녀왔다. 왜 갑자기 수영이냐? 원래는 러닝을 또 나갈까도 생각했다. 그런데 10km 러닝의 부작용이었는지, 관절이 조금 불안했다. 아픈 건 아닌데, 러닝 한 번 더 뛰면 아플 것 같은 느낌이랄까? 왜 기계도 지금 고장난 건 아닌데, 한 번 더 만지면 고장날 것 같은 상태가 있지 않은가(그 때가 바로 다음 사람에게 넘겨줄 때다)

아무튼 토요일에 운동장에서 러닝을 마치고 걸어오면서 근처에 스포츠센터가 있어 오랜만에 수영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월요일 아침 9시부터 부트캠프를 해야하므로, 아침 수영을 마치고 여유롭게 부트캠프를 준비하려면 늦어도 6시까진 도착해야 했다. 그래서 22일 밤 12시에 침대에 누웠다. 

그때까진 몰랐다. 밤을 꼴딱 샐 줄은.

낮에 카페에서 마셨던 라지 사이즈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문제였던걸까, 아니면 비타민 B군이 함유된 마그네슘 알약이 문제였던걸까, 혹은 둘 다였나? 너무 기운이 팔팔해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았다. 하지만 자야 했다. 지금 자지 않으면 수영이고 뭐고 내일 부트캠프도 지장이 생길 상황이었다.

시간은 그렇게 1시, 2시, 3시를 향해서 갔다.

3시쯤 넘어가니까 오기가 생겼다. '이참에 한 번 밤 새 봐?' 하지만 밤을 새기엔 남은 시간이 애매하게 길었다. 

잠을 자기에도 짧고, 새기에는 길고,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나는 결국 밤을 새기로 결정을 내렸다. 대신 미리 도착해서 수영장이 개장하는 5시 40분부터 수영을 최대한 일찍 마치고 집에서 쉬다가 부트캠프를 듣기로 했다. 5시가 되었고 일어나서 주섬주섬 옷을 입으니 컨디션도 썩 괜찮았다. 무엇보다 남들 다 잘 때 혼자 일어나서 생산적인 무언갈 한다는 사실에서 오는 묘한 기분 좋음이 있었다.

3월 하순이었지만 한겨울만큼 추웠다. 갑자기 서러웠다. 잠도 못 잤는데, 왜 날씨까지 이렇게 추운건지. 3월 하순이면 봄이어야 하는 것 아닌가? 서럽다 보니 수영장에 도착했고, 자물쇠를 두고 온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돌아갈 수 없었다. 누군가 가져간다면 그건 내 업보다.

수영장은 아직 불이 꺼져 있어 캄캄했지만 상당히 많은 수의 사람들이(주로 4050 분들이었지만 간혹 젊은 사람들도 있었다) 샤워를 마치고 입장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건 젊고 건강한 내게도 정말 어려운 일 중 하나인데, 이분들은 저 나이에 저 신체로, 거기다가 출근을 앞두고 이런 생활을 어떻게 매일 하고 있는 걸까? 스스로가 부끄러워지는 한편, 많은 자극 또한 받았다. 환경의 변화가 필요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이렇게 자극을 받는다는 점이다.

 

오랜만에 수영장 물에 몸을 맡겼다. 초등학교 시절 수영 학원을 다니며 타고났다는 소리를 듣던 나였다. 수영쯤은 누워서 식은 떡 먹기였다.

 

가라앉았다.

 

몸은 무거웠고, 발은 열심히 첨벙거렸지만 도통 앞으로 나아가질 않았다. 팔은 자유형으로 좀 휘적거리니 금방 지쳐버렸다. 수영이 이렇게 격한 운동이었던가.

하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한 듯, 우리 부모님 뻘의 선생님들이 무서운 속도로 치고 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또 겸손해질 수밖에 없었다. 꾸준해야 하는구나. 요행을 바라면 안 되는 구나.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저렇게 수영을 잘 하기 위해 저 사람들도 물을 많이 먹었을 것이다. 내가 오늘 눈과 귀와 코와 입으로 물을 먹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구르면서 익힌 결과 저렇게 물고기처럼 빠르고, 마라토너처럼 지치지 않고 수영할 수 있는 것이다.

개발자가 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내 모습이 보였다.

나는 여기서 얼마나 많은 물을 먹어야 할까? 하는 의문,
마셔야 할 물을 안 마시려고 피해다닌 적은 없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개발자는 코드를 가지고 자유자재로 일할 수 있는 사람이다. 코드를 자유자재로 만질 수 있는 경지에 이르기 위해선 코드의 수영장에서 허우적거리고 물을 마시는 과정이 반드시 수반된다.

이는 불필요한 뻘짓이나 멍청한 움직임이 아니라, 그 자체로 배움의 과정인 것이다.

그 과정에서 코드에 익숙해지고, 내 몸을 개발이라는 업에 익숙해지게 된다.

독수리 어미가 새끼를 절벽에서 떨어뜨리는 것도, 두발자전거를 못 타는 아이에게 계속 넘어지게 시키는 것도, 다 같은 이치가 아닐까.

넘어져서 까지고 피가 나지 않는다면, 누가 일어서려 할까.

매번 나를 좌절시키는 새로운 문제들이 있고, 계속 배울 것들이 늘어나 지금까지 배운 것들이 무용지물인 것처럼 느껴지고, 첫 단추를 잘못 끼워 공든 코드가 다 무너지는 경험들은 다 물을 먹는 과정이다.

개발은 무조건 많이 쳐본 사람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선용튜터님의 말씀이다.

수영은 물 많이 먹은 놈이 잘한다.

개발은 코드 많이 쳐본 놈이 잘한다. 깔끔한 코드 한 줄 쳐본 놈보다 쓰레기 같은 코드 1천 줄 쳐본 놈이 더 잘한다.

물 먹는 걸 즐겨라.

다행히 자전거는 도둑맞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