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2일
우석이와 함께 수원 망포에 있는 올라잇짐에 갔다.
올라잇짐은 국내 최고 보디빌더 박재훈이 올해 초 지은 최신식 헬스장이다.
사실 헬스장이라는 표현은 이곳의 웅장함을 담기에 모자르다.
일반 헬스장이 동네 슈퍼, 편의점이라면, 이곳은 코스트코라고 할 수 있다.
수백 평은 되는 광활한 공간에 수백만원짜리 최신식 기구가 cm 단위 간격으로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몸이 좋다 못해 이상하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사람들이(추정) 거친 숨을 몰아쉬며 스스로를 한계까지 몰아붙이는 곳.
그곳에 있기만 해도 몸이 뜨거워졌다.
우석이는 대학교 동아리 후배인데, 대학 시절 기숙사에서 같이 지내는 동안 헬스를 몇 번 같이 하면서 부쩍 친해진 동생이다.
지금은 구미에 있는 대기업에 다니고 있다. 삼전이나 asml 쪽으로 이직하고 싶어하던데, 내 친구 민수를 소개시켜주기로 하였다.
올라잇짐에서 4시간 정도 운동을 했다.
부스터와 카페인을 얼마나 먹었는지 모르겠다. 전신을 골고루 다 털었더니 너무 뿌듯했다. 그리고 박재훈이랑 셀카도 찍었다.
재훈이형님 생각보다 키가 작더라. 근데 팔뚝이 내 허벅지만했다. 이 사람은 코끼리와 더 가깝다.
운동을 기깔나게 마치고 나서는 민수를 만나러 서정리로 출발했다.
민수는 현재 이천에 있는 ASML이라는 초초대기업에 다니고 있는 나의 절친이자 의경 동기다.
본가가 평택 서정동인데, 마침 이틀 연속 쉬는날인데다 내 예비군훈련장이 민수 본가에서 차로 10분 거리라 민수가 자기 집에서 자고 다음날 태워주겠다고 했다.
이상하게 민수랑은 이런 식으로 인연이 계속 맞는다. 1년 전에는 민수랑 비슷한 시기에 취업한 기념으로 같이 대부도로 우정여행을 다녀왔었다. 그때도 3.1절 대체공휴일을 이용해서 다녀왔었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예비군 훈련 가서 우연히 만났다. 2박3일짜리 훈련이었는데, 서로 예비군 간다고 말도 안 했을 때였다. 그런데 예비군 가던 날 아침에 올린 스토리를 보더니 답장이 와서는 몇 분대냐고 묻는 것이다. 알고 봤더니 바로 옆 방에 민수가 있었다. 아는 사람 하나 없이 2박3일을 보내야 하나 걱정하기도 전에 친구를 만나 너무 다행이었다.
그런데 또 이렇게 인연이 닿는다니, 28살 먹고 남의 집에 신세질 법하다.
민수랑 만나서 술을 안 마시려고 했는데, 민수가 여친이랑 헤어졌다고 해서 위로해줄 겸 간단하게 족발에 막걸리 한 잔 마셨다.
헤어진 이야기를 들어보니 참 민수가 아까웠다. 별로 안 좋아하면서 고백은 왜 받는단 말인가.
고백을 쉽게 해서도 안 되지만, 쉽게 받는 것이 더 나쁘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마치 PR을 무심코 올리는 것보다 아묻따 LGTM을 갈기는 것이 더 나쁜 것과 같은 이치다.
아무튼, 짧게 민수와 식사를 마치고 민수 집에서 과제를 했다. 다음날 예비군 때문에 개인과제를 할 시간이 도저히 없었기 때문이었다.
맥북을 가져가서 다행이었다. 11시까지 과제를 하다가, 운동과 음주로 인한 피로가 극에 달해 접어놓고 민수랑 같이 넷플을 보다가 12시에 잤다.

3월3일
아침에 이화수 육개장을 끓여주셨는데, 예비군 때문에 군복을 입고 먹어서 그런지 맛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술술 넘어가진 않았다.
가만 생각해보니 2020년도 입대할 때 이화수 육개장을 먹었었는데, 그 추억이 떠올라서였을지도 모른다.


예비군은 괜찮았다.
가까웠고, PX도 이용할 수 있었고, 훈련도 재미있었다.
조기퇴소는 못했지만, 4시반 조금 넘어서 퇴소했다. 그런데
시내로 나가는 버스가 없다
자리가 마감됐다. 그것도 바로 내 앞에서.
사실 3명 정도 무리가 있었는데, 그 사람들은 똑버스라고 택시같은 걸 불렀다고 한다. 버스면 나도 같이 탈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기사님께 물어봤더니 짤렸다. 아니 그럼 왜 이름을 버스라고 하냐고 택시라고 하던지

이 상황이 묘하게 처량했다.
짐은 무겁고, 꼴은 처참하고, 군복 차림에, 버스도 잘 안 다니는 시골 풍경에, 왕복 4차선 도로로 차들은 쌩쌩 지나가고, 택시는 죽어라 안 잡히고..그냥 웃음이 났다. 그래서 헤드셋을 끼고 이 상황에 가장 어울리는 노래를 들으며 버스를 기다렸다.
가방에 마침 성경이 있어 성경말씀을 읽으며 30분뒤에 온다는 버스를 기다렸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이 노래를 좋아하는가? 안 좋아한다면 좋아해 보라. 울적하다가도 급 초연해짐을 느낄 수 있다.
우여곡절 끝에 오산역에 도착했다. 도저히 과제를 할 정신이 아니었지만 새벽 2시까지 꾸역꾸역 필수 과제까지 끝냈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서 테스트 코드를 ai로 촤르륵 작성한 뒤 RESTDocs라는 툴을 이용해 api명세서를 작성해봤는데, 너무 신기했다.
테스트를 돌리면 자동으로 api 명세서가 만들어진다. 앞으로 진행할 팀 프로젝트에서도 테스트 코드와 RestDocs를 꼭 도입해야겠다.
3월4일
주희매니저님이 귀여운 유령으로 변하셨다. 한창 청소하고 다니시더니, 요즘엔 유령에 꽂히셨나 생각했다.
당연하게도 놀리고 싶어져서, 자세히 보니 애기같은 얼굴에 보라색 피부, 이거 완전 프리저였다.

드래곤볼을 제대로 챙겨보지 않은 나는, 솔직히 프리저를 잘 모른다.
그런데 개강한 캐릭터라는 건 안다. 내 기억상 배지터와 손오공을 하나님이랑 하이파이브시키고 올 정도의 강함이기 때문이다.
놀랍게도(To My Surprise) 주희 매니저님도 모르셨다. 검색을 잠깐 하고 오시더니 적잖이 충격을 받으셨다.
그런데 다른 수강생들도 프리저 별명을 알아버려서 큰일이다. 삐지실텐데.
그래서 나도 드래곤볼 주인공으로 바꿨다. 나는 카카로트. 어울리게 복장도 바꿨다. 제법 잘 어울리는 것 같다.
그런데 내 지정 좌석도 카카로트로 바뀔 줄은 몰랐다. 팀원들은 팀장이 잠깐 자리 비운 사이에 이름이 카카로트로 바뀐 걸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기억에서 지워줘.

3월6일
팀장 노릇 하기 참 힘들다.
큰 그림을 보고 다른 사람들에게 이를 납득시키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제시하면서 할 수 있다고 설득해야 한다.
근데 내가 큰 그림을 볼 줄 알아야지..
그래서 팀장의 기술 수준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팀원이 구현할 부분의 기술적 요구사항과 다른 파트와의 연계를 흔들림 없이 설명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설득할 때도 내가 좀 잘 아는 것처럼 말해야 설득이 된다. 그래서 주말에도 공부를 열심히 할 계획이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운동하고, 공부를 착실히 해야겠다. 이번 프로젝트의 남은 기간은 사실상 2주밖에 안 된다. 내가 팀장이면 2주 안에 5명의 팀원들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무조건 요구사항을 다 해내야 한다.
그래서 3만원 주고 피그마 한 달 계정도 구매했다. 와이어프레임이 필수는 아니지만 전체적인 흐름과 그림을 보여주기에 실제 ux/ui만한 것이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솔직히 5천원씩 보내달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소심해서 말 못했다. 그냥 내가 공부하고 테스트해보고 싶어서 샀다는 마음으로 혼자만 대인배가 되기로 했다. (942902-00-564325 국민은행)
10시까지 TIL을 작성하고, 뭉치와 산책을 나갔다.
초기엔 9시 퇴실하자마자 곧잘 산책을 나가곤 했는데, 요즘은 퇴실하면 자꾸 누워버리거나 밀렸던 일을 하느라 산책을 하루 종일 못 나가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오늘은 큰 마음을 먹고 날씨는 춥지만 밖에 나가서 열심히 산책을 했다. 추워서 일부러 엄청 뛰기도 했다.


산책이 그렇게 좋니?
내가 먼저 안 들어갔으면 2시간은 했을 터였다. 그정도로 산책을 좋아한다.
앞으로도 계속 좋아해주렴. 너가 산책을 나가기 싫어하는 순간이 언젠가 오겠지만, 그 때가 되면 나는 무너질 것 같아.

동상이 걸려서 무너질 것 같아.
3월까진 외출 시 장갑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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